‘기적의 사나이’ 박주효 투혼, ‘장애 5급’ 이겨내고 선 올림픽 역도 7위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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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나이’ 박주효 투혼, ‘장애 5급’ 이겨내고 선 올림픽 역도 7위로 마무리
  • 김예슬 기자
  • 승인 2024.08.0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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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효, 바벨 놓치며 뜨거운 눈물...“올림픽에 나온 게 미안할 정도”

[FT스포츠] 척추 부상을 딛고 극적으로 파리행 티켓을 따낸 박주효(고양시청)가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마무리했다.

2024년 8월 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는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남자 73㎏급 경기가 열렸다. 이날 박주효는 인상 147㎏, 용상 187㎏, 합계 334㎏를 들어 전체 12명 중 7위에 올랐다.

인상 1차 시기 146㎏을 드는 과정에서 박주효는 실패를 의미하는 ‘노 리프트’ 판정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 147㎏을 들었지만, 3차 시기에서는 150㎏을 시도하다가 주저앉았다. 박주효는 강점이 있는 용상에서 역전을 노렸지만, 인상에서 벌어진 격차를 만회하지 못했다. 용상 2차 시기에서 187㎏을 든 박주효는 3차 시기에서 무게를 196㎏으로 높였으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등 뒤로 바벨을 떨어뜨렸다.

바벨이 뒤로 넘어가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박주효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관중석에선 박주효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경기 이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주호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박주효는 “용상 3차 시기가 끝나고 울었다. 앞 선수가 실격해 들었다면 메달을 딸 수 있었는데 아쉽다”라고 털어놨다. 박주효는 “컨디션은 좋았는데 항상 트라우마처럼 하던 안 좋은 버릇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훈련을 통해 고쳤다고 생각했고, 시합에서 자신 있게 했는데 그게 나오면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용상 때는 갑자기 찾아온 두통이 박주효를 괴롭혔다. 박주효는 “핑계 같지만, 머리가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주효는 “순간 멘탈이 깨져 1차를 놓쳤다. 2차를 든 뒤에는 괜찮아져서 3차를 시도했지만 결국 들지 못했다. 두통이 잦았다면 해결책이 있었을 텐데 갑자기 찾아왔다. 왜 하필 이 순간에 아팠는지 정말 모르겠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1997년생으로 올해 나이 만 27세인 박주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9년 파타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위에 오르는 등 한국의 역도 유망주로 주목받던 박주효는 지난 2021년 군 복무 중 허리를 크게 다쳐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역기를 들 수 없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기에 의료진은 “역도를 포기해야 한다”라고 권고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활 훈련에 매진한 박주효는 1년여 만에 플랫폼 복귀에 성공했다. 이후 박주효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파리 올림픽 출전도 이뤄냈다.

박주효는 “수술 후에 허리를 완전히 숙일 수 없는 상태에서 바벨을 들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라고 이야기했다. 수술 부위 주변 쪽에 여전히 통증이 있다는 박주효는 “척추뼈 4번과 5번 사이에 핀이 박혀 있다. 수술 부위에는 문제가 없는데 다른 부위에 통증을 느끼면 내 마음이 무너져 버린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허리가 아프면 MRI(자기공명영상)를 바로 찍었다. 두 달에 한 번은 찍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마친 박주효는 “내가 올림픽에 나온 게 미안할 정도로 너무 못한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역도가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됐다”라며 자책했다. 박주효는 또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있지만, 지금은 당분간 역도를 하고 싶지 않다”라며 “오랫동안 준비했다. 역도에 울고 웃고 스트레스도 받고, 은퇴도 고민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박주효는 “그래서 더 바벨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면서도 “바벨이 보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 며칠만 쉬어도 바벨을 잡고 싶어진다. 아마도 며칠만 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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