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절대 하면 안되는 운동이었던 '마라톤' , 로버타 바비 깁이 틀을 깨다
상태바
여성들은 절대 하면 안되는 운동이었던 '마라톤' , 로버타 바비 깁이 틀을 깨다
  • 오수정 기자
  • 승인 2021.10.05 19: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들의 참가가 오랫동안 금지되었던 '마라톤'
끊임없는 도전을 시도한 여성들에 의해 열렸다

 [FT스포츠] 1896년 올림픽 대회에서 공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올림픽 피날레를 맡고 있는 종목인 마라톤은 백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운동이지만 올림픽에 여성 마라토너가 뛸 수 있는 역사는 4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스포츠라는 개념은 남성들의 힘과 인내력을 겨루기 위해 펼쳐지는 장이었으며 여성이 참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려되지 않았다. 특히 마라톤과 같이 체력과 끈기가 필요한 운동에 여성이 도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예 '불가능한' 것이라 여기며 여성이 장시간 뛰면 자궁이 떨어지고 다리가 굵어져 남성처럼 가슴에 털이 난다는 근거없는 엉터리 가설이 돌 정도로 여성이 뛰는 것을 '금기'시 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들은 올림픽에서 800m이상 달릴 수 없었지만 여성 운동선수들은 이 제한을 뛰어넘고자 끊임없이 도전했다. 아테네 올림픽이 열리던 1896년 그리스에서 40km를 뛴 스타마티스 로비디(Stamatis Rovithi)가 여성 마라톤 첫 완주자로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 멜포메네(Melpomene)라는 여성이 허가 없이 남자 선수들과 달렸다고 하는데, 멜포메네는 남자 우승자가 경기장에 도착하고 1시간 반만에 경기장에 도착했지만 진행요원들의 저지로 인해 들어갈 수가 없었고, 마라톤 거리를 채우기 위해 트랙 대신 경기장 밖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4시간 30분 만에 레이스를 마쳤다고 한다.

이후에도 몇십년에 한번씩 드물게 공식적으로 마라톤을 완주한 여성주자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성 마라토너들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1966년 2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 로버타 바비 깁(Roberta Bobbi Gibb)이 등장하게 된다. 남성들만 참여가 가능했던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원한 로버타는 보스턴 육상협회로부터 '남성들만 참가할 수 있다. 여성은 육체적으로 마라톤을 뛸 수 없다'라는 참가 불가 편지를 받았음에도 로버타는 오빠의 옷을 빌려 입고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쓴 채 몰래 참가에 성공했다.

로버타는 자신이 여성임을 들통나게 되면 마라톤 대회에서 쫒겨나게 될까 걱정되어 시내에서 3~4km를 조깅하며 몸을 풀고 마라톤 출발선 근처 풀 숲에 숨어있다 주자들이 출발한지 얼마 후에 중간 대열에 끼어들었다.

함께 뛰던 남성 마라토너들은 로버타가 여성임을 눈치 채기도 했지만 의외로 로버타의 도전을 응원하며 격려 해 주었다. 모자를 벗기 두려워하는 로버타에게 '우리가 막아주겠다. 여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도로다'라며 로버타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또한 보스턴 마라톤 코스의 중간지점에는 웰슬리 여학교가 있었는데 후일 인터뷰에서 로버타는 "하프지점인 웰슬리 여대에서 연도의 여자들이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엄청난 함성을 질러댔다. 그들은 깡충깡충 뛰면서 웃고 울기도 했다.” 라고 여대생들의 응원을 받았음을 밝혔다.

완주를 3km지점 앞두고 로버타는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며 힘에 부쳤지만 '완주에 실패하면 내가 여성 달리기를 20, 30년전으로 되돌리게 되는 꼴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한다. 

결국 완주에 성공한 로버타의 기록은  3시간 21분 40초, 2017년 기준 18-34세의 자격기록보다 13분이나 빠르고 이 그룹에서도 상위 3위에 드는 순위였다. 로버타 바비 깁의 완주는 일본과 말레이시가 언론에까지 소개 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고 TV 토크쇼에도 초대되며 화제가 되었다.

언론들은 "아담하고 예쁜 23세의 금발 여성이 고정관념을 깨고 마라톤 완주에 성공하다"라며 대서특필하였고 이후  AAU(Amateur Athletics Union아마추어 육상협회)가 여성이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의 수정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후에도 여성들의 마라톤 도전이 이어지며 1971년 제 2회 뉴욕시티마라톤에서 세계 최초로 여성 참가자가 허가되었고 이듬해 보스턴 마라톤에도 여성 참가를 허용했다. 올림픽 여성 마라톤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첫 공식종목으로 인정되었다.

SNS에서도 응원해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