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스포츠] ‘나는 작은 새’ 조혜정 전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71세.
2024년 10월 30일 대한배구협회는 “조혜정 전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라고 전했다. 조혜정 전 감독의 딸로 KLPGA 투어에서 뛴 전 프로골프 선수 조윤희는 “어머니가 지병으로 오늘 오전 자택에서 눈을 감으셨다”라고 알렸다.
조혜정 전 감독은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주역으로, 한국배구에 큰 획을 그은 전설적인 인물로 꼽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조혜정 전 감독은 숭의여고 3학년 재학 중이던 1970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돼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 연이어 출전한 조혜정 전 감독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한국 여자배구를 3위에 올려놨다.
국세청과 미도파 등 국내 실업팀에서 활약한 조혜정 전 감독은 1979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2년 동안 플레잉코치로 활동했다. 조혜정 전 감독은 이후 1981년 프로야구 선수 출신 조창수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과 화촉을 밝혀 딸 조윤희, 조윤지를 품에 안았다. 2010년 4월에는 GS칼텍스 지휘봉을 잡고 대한민국 4대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의 여성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조혜정 전 감독의 유언 편지에 따르면 고인은 2023년 말부터 암 투병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언 편지를 통해 조혜정 전 감독은 “배구야,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가 13살 중학교 시절이었으니, 우리의 인연이 반세기가 넘어 6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라며 배구를 향한 메시지를 적었다. 조혜정 전 감독은 “때론 내가 널, 또 가끔은 네가 나를 힘들게 한 적도 있었다. 끈질긴 인연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라면서 “그런데 배구야, 이제 난 너와 더 이상 친구를 할 수가 없게 됐단다”라고 작별을 고했다.
조혜정 전 감독은 “수많은 내 친구 중 너에게만은 직접 이별 통보를 하는 게 너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해 고통을 참으면서 이 편지를 쓴다”라며 편지를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고인은 “작년 말 발견된 췌장의 암세포가 날 삼키려나 봐. ‘170㎝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키로 배구도 했는데 이것 하나 못 이기겠어’라며 호기롭게 싸웠지만 세상에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불과 며칠 전 알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조혜정 전 감독은 “배구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더는 내가 너의 친구로 남아 있을 수 없단다”라며 거듭 배구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어 조혜정 전 감독은 “너를 만나 참으로 즐거웠고, 행복했다. 몬트리올에서, 이탈리아에서 너와 함께한 여행은 내 인생의 꽃이었다. 대한민국 프로무대에서 너와 함께한 그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데이트였다. 고마웠던 배구야, 안녕!”이라는 마지막 인사로 편지를 맺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으며 내일(31일) 오전 8시 15호실로 이동한다. 조혜정 전 감독의 발인은 오는 11월 1일 오전 6시 30분 엄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