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에도 없는 국내 단증 제도, 실력의 척도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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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국에도 없는 국내 단증 제도, 실력의 척도 될 수 있을까?
  • 윤동희 기자
  • 승인 2019.07.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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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식격투 수련자, 단증은 '부가적 요소'로 접근해야

[파이트타임즈] 무술의 수련 목적은 다양하다. 생활체육을 겸한 체력단련 및 호신을 위해 무술을 수련하기도 하며, 전문적인 격투술을 배우고 격투대회 등에 출전, 격투기 선수로써 활동하기 위해 무술을 수련하기도 한다. 물론 지도자가 목적인 경우도 있다.

또한 예외적으로 단증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도를 수련하기도 한다. 일례로 경찰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범죄자들의 제압을 위한 수련 목적에 더해 가산점 획득 목적으로 단증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경찰공무원시험에서 인정되는 가산점 인정 무도단체 현황은 다음과 같다.

사진 = 경찰공무원 가산점 인정 무도단체

 

경찰공무원시험에서는 총 5점까지 가산점 취득이 가능한데, 무술 자격증만으로 4점까지는 만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도 2·3단이면 경찰시험 시 2점의 가산점이 추가되고, 4단 이상이면 4점을 제공하며, 이는 대학 석사 학위와 동일한 수준의 가산점으로써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련생이라면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식격투 협회·연맹 등 무술단체들에서 발급한 단증을 보유하고 있으면, 체육관 개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증'이란 넓은 의미에서 생각하면 해당 무술을 충분히 수련했다는 인증서로써도 작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해당 무술에 대한 전문가로 인식될 수 있으므로 충분히 활용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증은 수련자에게 수련 목표와 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며, 자신이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로서 기능한다.

하지만 , 특정 무술의 경우 종주국에도 없는 '단증' 제도가 국내에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 종주국에도 없는 단증 제도가 존재하는 입식격투기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무에타이 협회로 알려져 있는 대한무에타이협회에서도 단증 심사를 진행하고 있고, 해당 단증 취득 시 경찰시험 등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심사 규정은 아래와 같다. 

 

대한무에타이협회 승단 심사규정, 사진출처 = 대한무에타이협회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적으로 무에타이의 경우 단증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대내외적으로도 단증 유무로 '무에타이 실력'을 나누는 경우는 없다.

합기도나 검도 같은 경우 '합기도 몇 단', '검도 몇 단' 이라고 한다면 일정 부분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로써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많지만, 무에타이의 경우 '무에타이 몇 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도 없고, 이를 실력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위의 경찰시험 가산점 등 일부 특수한 예를 제외하면 전무한 편이다.

 

◆ 입식격투 종목, '단증'보다 '실력 입증'이 중요해 

태국 본토에서도 무에타이 '단증' 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없다. 오로지 그 자신이 가진 실력과 과거 경력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례로 태국에서 무에타이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는 룸피니, 라차담넌를 포함한 다양한 대회 우승 또는 출전 경험, 1회 대전료 등 실제 선수로써의 '경력', 그리고 자신이 스승으로써 키운 '제자의 실력' 등 아주 실질적인 기준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태국과 동일 기준으로 '무에타이 강자'를 자처하고 싶어도, 이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방법도 매우 제한적이다.

지역 기반 입식격투 단체는 많고, 대회는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나 단일 무에타이 대회는 극히 드물며 킥복싱, MMA 대회와 함께 이벤트 매치로 한정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경기룰 측면에서도 (선수 보호를 명목으로) 팔굽이나 빰클린치 등 무에타이의 꽃이라고 할 만한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대회명에는 무에타이 대회임을 표방하곤 있으나 과거 국내에서 유행이었던 K-1룰을 기본으로 하는 경우가 실제 대다수다. 

이러한 대회들은 엄밀히 말해 '무에타이 대회' 도 아닐 뿐더러, 이러한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타이틀을 획득한다 해도 보편적으로 무에타이 선수, 즉 낙무아이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낙무아이'가 아닌 그냥 '킥복서'라고 말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이는 본지 칼럼('내가 세계 챔피언이야~' 과대광고 심각한 국내 입식 격투스포츠 업계.. '단체간 협력 필요')에서도 타이틀을 '자판기'에 비유하며 자세히 다룬 바 있다.

    복싱의 경우에는 국내에서만 별도로 2014년부터 '단증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표 복싱 협회인 '대한복싱협회' 에서 '복싱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단증제도는 1단부터 9단까지 단 별로 만들어진 일종의 '품새'를 익히고 고단자와의 스파링을 통해 실력을 입증받고 승단하는 방식으로, 설립 초기부터 실효성 차원에 대한 복싱계 내부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복싱은 과거부터 'IBF(International Boxing Federation)', '동양태평양대회' 또는 'WBC(World Boxing Council), WBA(World Boxing Association)'의 랭커, 각 체급 우승자 등 국제 단체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단증보다는 실력으로 자신의 위치(실력)를 입증하고 있었다.

     

    사진 = IBF, WBA, WBC 로고

     

    또한 지도자가 체육관에서 육성한 선수들의 국내외 랭킹 등을 기준으로 해당 체육관의 선수 육성 능력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사항들이 모두 (프로 선수로 발돋움을 원하는) 수련생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정보로써 굳이 단증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스승 및 제자들의 실력을 유추할 수 있었다. 

    2017년 다시 대한체육회 준가맹 단체로 승격된 WAKO(대한킥복싱협회)의 경우도 과거부터 단증을 발급해오고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단증 취득을 '킥복싱 실력'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킥복싱계에서도 지도자의 선수 육성 실력 또는 각 개인의 실력은 '경기'를 통해서 입증해 왔다. 

    일례로 국내 킥복싱 체육관들은 과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K-1'등 국제 대회 출전 및 성적 등으로 킥복싱 선수의 실력 및 지도자의 선수 육성 능력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실력'을 입증했고, 이는 MKF(Moovi Kyeoktooki Fight) 등 국내 일부 입식격투 단체 출범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입식격투기의 경우 '실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단증'은 단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종주국'에도 없는 국내 '단증 제도'의 의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입식격투 수련자, 단증은 '부가 요소'로 생각해야

    사진출처 = 픽사베이

     

    설령 무에타이, 킥복싱, 복싱의 경우 고단자라 해도 실전 경험이 없다면 대회 출전 경력이 몇 차례 있는 무단 또는 초단에게 패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에 해당된다.

    대개의 경우 입식격투기에 있어 실력에 대한 변별 능력이 부족한 단증을 배급하는 이유를 '격투기 협회 수익 창출' 및 '수련생들의 목표 설정'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증을 배급하는 입식격투 단체들에서는 '입식격투의 대중화'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일반 수련생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기준을 만들고, 그 실력에 따라 단증을 배급함으로써 대중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입식 단체들이 제공하는 단증 취득 기준 또한 '특정 기술의 충분한 수련'을 요구하고 있으며, 수련자들의 성취감 증진을 위한 부가요소로써 활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본다면, 입식격투 수련자들은 '단증 취득'을 의식하고 이를 목표로 수련하기보다는 단증은 '부가적 요소' 라고 생각하고, 먼저 자신의 실력 증진에 포커스를 두고 수련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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