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나의 소중한 인연들] 깨지지 않을 36연승과 17차 방어전의 영원한 우리의 챔피언! 작지만 큰 유명우 #2

전 WBA 주니어 플라이급 챔피언 유명우 39전 38승 1패(14KO)의 전적으로 세계를 제패한 작은 거인 전형적인 내유외강(內柔外剛)의 챔피언

2021-11-30     이승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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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하다보면 한번 같이 중계하고 연이 끊어지는 해설자가 있는가 하면, 이상하게 계속 만나게 되는 인연도 있습니다. 저는 '운명적인 만남'을 믿는 편이고 중요시 하기 때문에 한번 맺은 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합니다. 늘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 중 한 분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39전 38승 1패! 1패를 당하기 전에 무려 36연승, 전 WBA 주니어플라이급 세계 챔피언, 작은 들소라는 별명을 가진 작지만 큰사람, 그의 이름은 유명우 입니다. 복싱팬들이라면, 그리고 80년대를 거쳐간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저 역시 어렸을 적 식구들과 모여서, 친척들과 모여서, 동네 사람들과 모여서 그의 경기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하나만은 뚜렷하게 기억합니다. 유명우는 당시15라운드까지 쉬지 않고 상대를 두들겼다는 것을 말이죠. 저에게 어렸을 적 유명우는 '초인' 이었습니다.

[홍수환

제가 방송을 시작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TV에 나왔던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같이 방송을 하면 더욱 신기합니다. 아나운서이기 전에 한사람의 팬이기 때문이죠.  

제가 유명우 챔피언과 처음 방송하게 된 프로그램은 2018년 TV조선에서 방송된 '월드복싱슈퍼시리즈(WBSS)'였습니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월드복싱슈퍼시리즈'는 8강, 4강을 거쳐 결승전에서 우승하면 4대 기구 통합 챔피언이 되는 독특한 방식이었습니다. 총상금이 5천만 달러(약 532억)에 우승 상금은 850만 달러(약 90억)이나 되는 파격적인 대회였습니다. 이 대회를 두 챔피언과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이 있었는데, 한 분은 늘 반겨주시는 홍수환 챔피언이었고 다른 한 분이 바로 '작은 들소' 유명우 챔피언이었습니다.  

[TV조선에서

유명우 챔피언의 첫인상은 무척 예의 바른 아저씨(?)였습니다. 방송 관계자 분들에게 한분한분 인사를 하고, 챔피언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 겸손했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전혀 허세나 거만함이 없었고, 딱 할 말만 하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대부분의 해설자들이 금메달리스트나 챔피언 등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정점을 찍으신 분들이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거만함과 허세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 분야에서는 대접 받아야 하는 분들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처음에 유명우 챔피언 정도라면 저에게 반말로 "잘해보자구!" 라고 할거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건넨 첫마디는 "잘 부탁드립니다. 방송을 잘 못해서요"라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스탠바이

유명우 챔피언은 목소리가 작습니다. 집중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이야기 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쓸데없이 말을 길게 하지 않고 중요한 말만, 그리고 꼭 해야하는 말만 합니다. 목소리를 크게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나 유명우야!"라는 걸 결코 자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너무 좋아하고 배울 점이 많은 '동네 형'입니다.(유명우 챔피언과 저의 집은 10분 거리정도 됩니다)

[스카이스포츠에서

TV조선에서 맺어진 인연은 '스카이스포츠'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예전 경기들을 모아놓은 '복싱 클래식 The KO' 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마이크 타이슨을 비롯해 조지 포먼, 무하마드 알리, 매니 파퀴아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등 복싱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의 경기를 모아놓은 프로그램 입니다. 당시 스카이 스포츠는 목동 KT 체임버홀에서 매주 녹화했는데 집이 가깝다는 걸 안 이후에는 매번 저의 집앞까지 와서 저를 태우고 갔습니다. 차안에서 오늘 방송에 대해 이야기 하고, 요즘 뉴스에 나오는 이슈들도 서로 나누면서 즐겁게 방송하러 간 기억이 납니다.  한번은 같이 타고 가는 도중에 뒷좌석에서 아주 작은 웃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겠지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가는데 유명우 챔피언이 "형수님이야" 라고 해서 깜짝 놀라 뒤를 봤더니 미모의 여성분이 계셨습니다. 역시 용감한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 했는데 그말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용기있는

요즘 복싱 중계가 거의 없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유명우 챔피언은 지금도 후배양성을 위해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 다닙니다. 사업으로 번 돈으로 후배들을 키울 체육관을 운영하고 대회도 유치합니다. 어렵게 대회를 유치하면 방송해 줄 방송사를 찾아 여기저기 연락하고 찾아갑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과 종편에서는 시청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방송 편성이 어렵습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지 않는 국내 복싱 중계를 해줄 방송국은 점점 줄어드는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최근 유일한 국내 챔피언 '최현미'의 세계 타이틀 방어전을 중계해준 MBN에 무척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이마저 방송해줄 방송사가 없다면 마지막 선택은 유튜브 중계입니다. 하지만 유튜브 중계를 한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스폰서가 없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국내

분명 우리나라에도 세계 챔피언이 될 유망주는 있을 겁니다. 그리고 복싱은 꼭 인기있는 스포츠로 부활 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 하겠죠. 그래서인지 유명우 챔피언은 오늘도 어딘가에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 사방팔방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언젠가 유명우 챔피언과 점심을 같이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저는 신기하고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작은 유명우는 언제나 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작은 유명우는 늘 주변 사람들을 이끌고 갑니다. 왜냐하면 유명우는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무섭게 생긴 분들도 있습니다. 정말 길가다 마주치면 어쩌나 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고 유명우 챔피언 주변엔 유명우 만큼 좋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글 / 이승륜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