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 없던 아들 손 꼭 잡아 준 아버지”…김기태, 파리 패럴림픽서 한국 탁구 ‘첫’ 금메달 안겼다

김기태, 탁구로 세계 정상 ‘우뚝’...“라켓 쥐여준 아버지께 감사해” 모두를 뭉클하게 만든 사연

2024-09-06     김예슬 기자

[FT스포츠] 장애인 탁구 대표팀의 에이스 김기태(서울특별시청)가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5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2024년 9월 5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는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남자단식(MS11) 결승전이 열렸다. 김기태는 이날 전보옌(대만)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1(3-11 15-13 11-7 11-9) 승리를 거뒀다. 이번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많은 17명의 선수가 출전한 탁구 종목에서 김기태가 첫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탁구의 메달 개수는 총 11개(금1·은2·동8)가 됐다.

결승전 중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던 김기태는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포효했다. 하지만 시상식에서는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별다른 세리머니 없이 시상대에서 내려왔다. 김정중 대표팀 코치는 “김기태는 평소에 ‘파이팅’ 소리도 안 내는 소극적인 선수”라며 “오늘은 경기에 완전히 몰입하더라”라고 전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기태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처음엔 굉장히 떨려서 나의 플레이가 안 나왔다”라며 입을 열었다. 김기태는 이어 “1세트가 끝난 뒤 마음을 비우고 상대에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기려고 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1998년생으로 올해 나이 만 26세인 김기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 김종섭 씨의 손을 잡고 탁구장을 찾았다. 아버지 김종섭 씨가 아들에게 탁구채를 쥐어준 이유는 평소 말수가 없고 매사에 소극적이던 아들이 스포츠를 통해 외향적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탁구채를 잡은 김기태는 금세 운동의 매력에 빠졌고, 또래 친구들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김기태는 “주변에서 내게 재능이 있다고 했다. 그 계기로 탁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기태는 2011년 병원에서 지적 장애 진단을 받은 뒤에도 꾸준히 운동을 이어갔다. 세계선수권,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등 굵직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정상에 올랐던 김기태는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하며 4위에 그쳤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9위에 머물렀다.

김기태는 “리우 대회 때 엄청나게 속상했다”라며 심적으로 힘들었던 지난 날을 돌아봤다. 김기태는 “도쿄에서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떨어져 착잡했다”라며 “그래서 이번 패럴림픽이 간절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파리에선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고 다짐한 김기태는 이후 2022년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로 성장했다. 세계랭킹 3위까지 올라간 김기태는 자신이 세 번째로 출전한 패럴림픽 무대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믹스트존에서 작은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가던 김기태는 “아버지가 탁구장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라는 물음에 “평범한 학생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탁구의 길을 걷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김기태는 “한국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메달을 걸어드리겠다”라며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