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 도쿄패럴림픽 육상 경기장에 로맨틱한 장면이 연출됐다.
현지 시간 2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펼쳐진 여자 육상 100m(T11) 예선에 출전한 서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 시각장애 육상선수 쿨라 니드레이라 페레이라 세메도(32)는 예선 4조에서 스타트 했다. 이번 도쿄패럴림픽은 그녀의 마지막 레이스이다. 33초04, 조 4위,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웠지만 전체 15명 선수 중 14위를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페레이라 세메도는 가뿐 숨을 몰아쉬는데 가이드러너인 마뉴엘 안토니오 바즈 다 베이가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손을 맞잡으며 깜짝 프로포즈했다. 반지를 건네며 "나와 결혼해줄래?" 하자 페레이라 세메도가 함박웃음을 보이며 청혼을 수락했다.
동료 선수들과 가이드러너들의 뜨거운 박수와 축복속에서 둘은 서로 꼭 껴안으며 미래를 약속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공식 SNS를 통해 당시 영상을 공개하며 '인생에서도 둘이 함께 달리기를! (May the two of them run together for life!)' 라고 남겼다.
시각장애 육상의 경우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가이드러너가 2인1조로 함께 달린다. 가이드러너는 선수의 스타트 위치, 자세를 잡아주고 끈으로 서로의 손을 연결해 전 레이스를 동행한다. 가이드러너는 선수의 눈이자 파트너이자 페이스메이커이자 운명공동체다.
운명공동체로 11년간 지내온 가이드러너에게 프로포즈 받은 페레이라 세메도는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며 이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생각했지만 이제 평생 동반자를 얻게 되어 운동을 계속할 동기가 생겼다"고 전하면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