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나의 소중한 인연들] "핫둘!핫둘! 좋아요~" 세계 최고의 긍정 마인드를 연주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제갈성렬
상태바
[이아나의 소중한 인연들] "핫둘!핫둘! 좋아요~" 세계 최고의 긍정 마인드를 연주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제갈성렬
  • 이승륜 기자
  • 승인 2022.01.27 13: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레전드 해설 제갈성렬
자신을 낮추고 언제나 겸손한 세계적인 스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 더 성숙해진 해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제갈성렬 해설위원]
[뛰어난 입담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제갈성렬 해설위원]

2022 베이징올림픽이 얼마남지 않았다. 2월 4일부터 20일까지 총 15개 종목에서 108개의 금메달이 준비되어 있다. 올림픽은 스포츠로 세계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며, 지구촌의 축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코로나 펜데믹으로 무관중, 또는 보이콧 등 위험한 스포츠 축제가 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스포츠에서 현장에 관중이 없다는 점은 우리에게 스포츠가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없게 하는 안타까운 일이다. 

이아나는 하계올림픽보다 동계올림픽에 더 애착이 간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애착이 그대로 이어진게 아닌가 한다. 동계올림픽 보다는 하계올림픽이 국민들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규모도 크다. 동계올림픽은 빙상이나 설상에서 열리는 종목이기 때문에 보통 추운 나라에서 열리게 마련이고 자연적인 제약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비인기 종목이 아니다.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컬링, 스키점프 등 우리를 열광하게 만들 동계 종목들이다. 이렇게 동계 종목이 인기있게 된 계기는 아마도 김연아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 김연아는 우리에게 금메달의 기쁨을 줬을 뿐 아니라 동계 종목의 관심을 끌어올렸으며, 2018 평창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큰 기여를 한 고마운 인물이다. 이아나의 동계올림픽 중계도 김연아와 관계가 있기도 하다. 

[조해리 결혼식에서 김연아와 함께]
[쇼트트랙 조해리 해설위원의 결혼식에서 김연아와 함께]

이아나는 SBS 스포츠에 입사하면서 여러 종목을 중계하게 됐는데, 동계종목의 시작은 아이스하키였다. 당시 SBS 스포츠에서는 NHL이라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의 중계권이 있었다. 이아나는 NFL과  NBA, 그리고 NHL을 모두 중계하게 됐는데, NBA는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등 수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있어서 국내팬들이 많았지만 NFL이나 NHL은 국내에서 중계하기까지 무척 어려웠고 지금도 방송하는 채널이 없을 정도로 극소수의 팬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아나는 NFL을 무척 좋아하지만.

특히 NHL은 워낙 시청률이 안나와서 스포츠 편성에도 무척 어려움이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아이스하키는 당시에 국내에 팀이 많지 않아서 한,중,일 3국이 함께하는 아시아리그(지금은 한국, 일본, 러시아)가 있었는데 안양 한라 위니아, 그리고 하이원의 국내 팀과 일본, 중국 등 아이스하키 3개국이 돌아가면서 리그를 했다. 안양에 있는 아이스하키 링크장에는 선수 가족들과 친구 밖에 응원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와중에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다가왔다. 밴쿠버 올림픽은 SBS 독점 중계였기 때문에 무척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이아나는 1차 올림픽 방송단에는 뽑히지도 않았다.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였기 때문에 노련하고 베테랑 아나운서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계 종목을 중계한 아나운서는 이아나 밖에 없던 때라 최종 회의에서 급하게 합류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캐나다 밴쿠버 비행기를 타게 된 이아나는 우리나라는 출전하지 못했던 아이스하키 종목을 위주로 올림픽 중계를 했다. 

서론이 길었다. 이렇게 길게 동계올림픽을 소개한 이유는 4년마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바로 이름부터 특이했던 제갈성렬 해설위원이다. 2010년 스피드스케이트 해설진으로 합류한 제갈성렬은 밴쿠버 올림픽 해설위원 중에서는 해외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해설위원이었다. 비록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탓인지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캐나다에서는 지나가기만 해도 여기저기서 알아볼 정도였다. 

2010년의 밴쿠버 올림픽의 포커스는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트였다. 가장 유력한 금메달리스트였고 김연아의 현지에서도 대단한 관심사였다. 모든 중계는 김연아로 시작해서 피겨스케이트로 끝날 정도였다. 피겨 종목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종목은 메달 종목인 쇼트트랙 뿐이었다. 

[동계종목에서의 쇼트트랙의 인기는대단하다-조해리 해설위원과 함께]
[동계종목에서의 쇼트트랙의 인기는 대단하다-조해리 해설위원과 함께]

그런데 대회 2일째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이승훈이 은메달을 기록했다. 비록 쇼트트랙 1500M에서 이정수가 우리나라의 첫 금메달을 따면서 어느정도 묻히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느낌이 좋았던 스피드 스케이트였다.

그 느낌은 바로 대회 4일째 터졌다. 바로 모태범이 남자 500M에서 예상하지 못한 금메달이 나온 것이다. 당시 방송 현장에서는 초대박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말고는 금메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태범은 같이 출전한 이강석, 이규혁에 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태범은 본인의 생일에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면서 중계를 했던 김정일 아나운서와 제갈성렬의 주가가 폭등했다. 특히 재치있고 재미있는 말투에 "핫둘, 핫둘, 좋아요~"를 외치는 제갈성렬의 멘트는 중독성이 강했다. 

모태범의 금메달 기쁨이 가시지 않았던 그 다음날인 대회 5일째, 이번엔 이상화였다. 여자 500M에서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트 사상 최초의 메달이면서 그것도 금메달을 딴 것이다. 모태범과 이상화가 남녀 500M를 장악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동계올림픽으로 쏠렸다. 방송국 역시 난리가 났다. 아마도 하루종일 모태범과 이상화의 메달 소식이 국내에 도배됐을 것이다.

여러 기자들의 인터뷰가 선수 뿐 아니라 해설을 했던 제갈성렬에게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그의 어록이 인터넷에 도배가 됐고 응원의 메시지가 제갈성렬에게 전해졌다. 

이날 이후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선수가 아닌 해설의 스타가 됐다. 방송단에서도 제갈성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고 함박웃음으로 돌아다녔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아나는 늘 기분 좋고 업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줬던 그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제갈성렬에게 "잘한다, 더해라, 아무말이나 해도 된다, 빵빵 터지고 있다" 등등 사기를 북돋아 주는 동시에 많은 요구사항과 부담이 주어졌다. 사실 스포츠중계만 했던 이아나는 제일 걱정이 됐던 사람이 제갈성렬이었다. 어록이 있을 정도로 말솜씨가 좋고 적절한 비유와 유머는 그의 장점이지만 그 장점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었다. 성격이 급하기도 하지만 늘 업된 성격이었다. 그래서 흥분하게 되면 거의 무아지경이었다. 그러나 당시에 이아나는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뜻밖의 금메달로 분위기도 좋았고,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는 편파 중계를 해도 괜찮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아나는 제갈성렬이라는 스타에게 말도 걸지 못할 정도의 위치였다. 

그러나 이아나의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었다. 문제의 대회 12일째, 10000M에 출전했던 이승훈이 2위로 들어왔지만 1위인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가 코스를 잘못 도는 바람에 실격이 되면서 은메달이었던 이승훈이 금메달로 메달 색깔이 바뀌게 된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경기에서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제갈성렬은 종교적 발언을 하게 된다. 그리고 더 컸던 것은 스벤 크라머가 실격된 이유를 바로 이야기 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제갈성렬의 인기와 입지가 급격하게 추락하고 말았다. 생각보다 파장이 커지면서 제갈성렬은 자진하차하게 됐다. 그 상황이 정말 하루 아침에 달라지게 된 제갈성렬이었다. 이아나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아나가 봤던 그 어떤 모습보다 세상에서 가장 슬퍼했던 모습이었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던 분위기였다.

2010 밴쿠버 올림픽은 성공적이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를 달성해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면서 마무리 됐다. 그러나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어디에도 모습을 볼 수 없었고 방송에서도 점점 잊혀지게 됐다. 

[다시 만난 제갈성렬 해설위원]
[다시 돌아온 제갈성렬 해설위원]

3년 뒤 2013년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대회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이아나의 중계 때 해설을 하기 위해 들어왔다. 재기를 위한 방송이었다. 다른 경기와 다르게 이아나는 그의 장점만 뽑아내기 위해 매일 고민했다.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조심했다. 경기 중 흥분하기 시작하면 화제를 바꾸거나 미리 약속한 손짓을 했다. '여기까지만'. 

이후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지금까지 멋지게 해설을 하고 있다. 이아나는 가끔씩 제갈성렬에게 문자를 한다. 그러면 바로 전화가 온다. 성격은 여전히 급하다. 그렇지만 늘 반갑게 맞아주고 안부를 물어주는 좋은 형이다.

베이징 올림픽 중계를 하러 이달 말에 출국한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한 이아나였다. 앞으로도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독보적인 해설로 그의 시원시원한 중계가 TV에 나올 것이다. 

"하낫 둘, 하낫 둘, 아주 좋아요!!!!!!!!!"

SNS에서도 응원해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