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나의 인터뷰]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경기 할 거에요"....개막을 기다리는 하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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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나의 인터뷰]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경기 할 거에요"....개막을 기다리는 하윤정
  • 이승륜 기자
  • 승인 2024.05.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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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졸업 후 미국행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
게임 회사에 취업하려고 홀로 한국행
운명의 당구장 아르바이트....LPBA 데뷔
[하윤정] 사진제공-하윤정

하윤정은 지난 2020-21 시즌에 프로에 데뷔해 4시즌을 보냈다. 지금까지 67경기를 치르면서 36승 31패 승률 53.73%를 기록 중이다. 최고 성적은 8강 두번이다. 특히 2021-22시즌 '3차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얻은 하윤정은 꾸준한 활약을 보여 시즌 왕중왕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2022에 나갈 수 있었다. 당시 32명에게 주어지는 월드챔피언십에서 29위를 기록했다. 비록 3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해 본선에 오르진 못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하윤정이었다. 

"그때 운 좋게 턱걸이로 월드챔피언십에 나가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거기서만 잘하면 팀리그도 들어갈 것 같아서 열심히 잘 해보자 했는데 그 주에 컨디션이 엄청 안 좋았어요. 아쉽게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바로 떨어져서 속상했지만 '다음에 또 잘하면 되지' 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2년 뒤 또 한번 인연이 깊은 '휴온스 챔피언십 2023-24'에서 8강에 오르면서 다시 한번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시즌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상금랭킹 43위를 기록, 제주도에서 열리는 월드 챔피언십 티켓을 따 내지 못했다. 

1993년 6월 23일 생인 하윤정은 청소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고 성인이 돼서 한국에 왔다. 당구 선수가 꿈은 아니었지만 당구를 선택하기 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던 하윤정의 당구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윤정]사진제공-하윤정
[하윤정] 사진제공-하윤정

Q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있나요

청라에 있는 '옵티머스 클럽'에서 매일 연습하면서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쉬는 날 없이 매일 연습하고 있어요. 제가 당구 말고 따로 하고 있는 일이 없어서 자율적으로 훈련 중입니다 . 시즌 끝나고 경기가 없어서 지루했거든요. 그래서 '빨리 시즌이 시작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개막일이 다가오니까 긴장이 됩니다.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걱정이 앞서네요.

Q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는데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졸업할 쯤에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됐어요. 거기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대학도 졸업했습니다. 건축가가 꿈이어서 건축학을 전공했는데 너무 힘들고 어려웠어요. 실제로 해보니 적성에 안 맞아서 휴학을 하고 전공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경제학과로요. 대학교만 한 6년 다닌 것 같아요. 그냥 평범하고 조용한 학생이었고 학교만 열심히 다닌 기억 밖에 없어요.

Q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나요

미국에서의 생활이 저에게는 특별히 재미있거나 즐겁지 않았어요. 그래서 졸업 하자마자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오게 됐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진 분야가 E-Sports 였어요. 지금도 저의 여가 생활은 집에서 혼자 게임하면서 보내는게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게임 회사에 취업할 생각으로 무작정 비행기를 탔어요. 대학교 성적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학교 나왔으니까 좋은 자리는 아니더라도 영어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 취직해서 게임도 배워보고 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Q 게임 회사에 취업하려고 했는데 당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미국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LA 한인타운에 있는 오래 된 당구장에 자주 갔었어요. 제가 한국에 간다니까 당구장 사장님이 "한국 가면 꼭 이 사람을 만나라. 만나면 한국에서도 당구를 재미있게 칠 수 있을 거다"라고 하셨어요. 제가 사교성이 있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성격이 아니라 한국 생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 분을 소개 시켜 주신 거에요. 그래서 그 분에게 연락해서 한국에서도 당구를 계속 칠 수 있었어요. 미국에서는 친구들과 재미로 즐기던 당구였기 때문에 주변에서 한국에서 좀 더 당구를 체계적으로 배워보라는 말에 'YB 당구 동호회'에 들어가게 됐어요. 당시에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던 때라 고민이 많았는데 당구를 체계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취업을 조금 미루고 동호회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Q 당구 선수가 되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을텐데요

어찌어찌하다가 보니 유튜브에 출연할 계기가 있었어요. 차유람 언니가 했던 유튜브였는데 거기에 합류해서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LPBA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LPBA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까지는 당구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당구도 잘 하는 선수도 아니었어요.  그냥 동호인으로 활동했었는데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 주셨고 당구도 많이 가르쳐 주시면서 당구에 대한 확신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2020-21 시즌 LPBA에 데뷔했습니다. 

Q 데뷔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그때가 코로나 펜데믹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프로가 된지 실감이 안났어요. 전용 경기장도 없을 때라 예선전은 다른 당구장에서 치르고 본선은 또 다른 곳에서 하다 보니 정신 없이 경기 했던 기억이 나요. 오히려 그 때가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경기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전용 경기장이 생기고 관중들이 많이 오셔서 응원도 하고 관심도 많이 받고 하다 보니 그 때보다 긴장도 많이 하고 부담이 큽니다. 

Q 프로에 와서 도움을 많이 준 선수가 있습니까

제가 프로 데뷔하기 전에 당구장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거기 계셨던 분이 조건휘 프로님이세요. 그 때는 당구 선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을 때에요. 그런데 조건휘 선수가 조금씩 레슨을 해주고 틈틈이 조언을 해 주면서 '당구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리고 제가 프로에 데뷔했을 때도 축하해 주시고 물어보면 대답도 잘 해 주십니다. 지금도 제가 모르는 거 있으면 친절하고 꼼꼼하게 알려 주세요. 물론 요즘은 주변에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보니 약간 눈치 보이긴 해요. 조건휘 선수가 인기가 많거든요.

[하윤정] 사진제공-하윤정
[하윤정] 사진제공-하윤정

Q 팀리그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있을텐데요

팀리그에 들어가려면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제가 가장 좋았던 기록이 8강이에요. 꾸준하게 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특히 2022년에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게 돼서 거기서 잘해보자라고 했는데 그 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해서 너무 아쉽습니다. 그 때 잘했으면 팀에서 절 기억했을지도 모르죠.

Q 시즌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이번 시즌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까

저는 이번 시즌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할 거에요. 최근 1,2년은 정체 되었거나 성장이 너무 더디게 느껴졌어요. 동호회 시절부터 데뷔 후 2년 정도 실력이 많이 늘어서 그 속도로 계속 성장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때보다 더 못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슬럼프인 것 같기도 하고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한데 만족할 만큼 성장하진 않아서 걱정입니다. 그래도 이번 시즌엔 꼭 8강을 넘어서 4강까지 올라갈 거에요.

Q 어떤 점이 실력을 쌓는데 어려운가요

두가지가 힘든데요, 하나는 피지컬 문제예요. 제가 체격이 작고 왜소한 편이라 힘이 약한게 단점이거든요. 배팅이 필요한 공에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자신감을 극복하는게 첫번째고 다른 하나는 멘탈적으로 강하지 못한게 아쉬워요. 잘할 땐 문제 없지만 잘 안될 때 멘탈의 기복이 무척 심해요. 땅 끝까지 추락할 정도니까요. 멘탈 잡는 것도 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Q 성격이 조용하고 예민한 편인 것 같아요

저는 누가 다가와 주면 너무 고맙고 다 받아주는 성격이에요. 제가 먼저 이야기하고 상대에게 다가서는 편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경기하다보면 실수도 하게 되는데 그러면 너무 창피하고 사람들을 의식해서 걱정이에요. 처음에는 주변의 소리 하나하나 다 들리고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그랬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지고 있어요. 

Q 기억나는 팬들이 있나요

예전에 유튜브 방송할 때부터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물론 지금은 방송을 안하니까 많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기억 합니다. 

Q 개인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을 하면서 팬들과 소통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제가 성격이 외향적이거나 사교적이면 좋겠지만 걱정이 많고 돌아다니거나 활동량이 많은 편도 아니라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받아주거나 이끌어 주는 분이 계셔야 되고 혼자서는 절대 못해요.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에요. 가끔 드라마 정주행 할 때도 있고 대부분 가볍게 집에서 푸는 편이에요. 게임을 좋아하니까 혼자 하루 종일 게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여행을 가긴 가죠. 여행도 휴양지로 가고 사람들 많이 가는 관광지는 안 가요. 뭔가 기가 다 빨리고 그래서 사람 많은 데는 피하죠.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아까도 말했듯이 진짜 올 시즌은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비시즌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개막이 다가오니까 생각보다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 되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꼭 4강에 올라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싶습니다. 응원 많이 해 주시고 기억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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