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스포츠] 일본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 스타였던 국가대표 출신 아사다 마오가 현역 시절 김연아에 밀려 괴로웠던 심경을 13년 만에 털어놨다.
2024년 7월 17일 일본 요미우리(Yomiuri) 신문은 2010 밴쿠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사다 마오와 2006 토리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일본 피겨 스케이팅의 두 전설을 상대로 진행된 해당 인터뷰는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앞둔 일본 선수들에게 격려 메시지를 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아사다와 아라카와는 이날 인터뷰에서 둘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당시 초등학교 1, 2학년에 불과했던 아사다는 센다이 합숙 훈련에 참가해 아라카와를 만났다. 아라카와는 “아사다는 그때 이미 더블 악셀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였다. 보자마자 ‘대단한 선수가 나왔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아라카와는 “그런데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됐다더라. 듣고 정말 놀랐고, 가까운 미래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거라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아라카와는 “아사다는 나에게 즐기는 법을 가르쳐 준 선수”라고 했지만, 아사다는 “나는 즐기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사다는 “내가 18살이던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시즌에 처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 피겨의 역사가 연달아 쓰였다. 아사다는 당시 여자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세 차례의 트리플 악셀을 성공해 쇼트와 프리 총점에서 개인 신기록 205.50점을 달성했으나 환희는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뒤이어 나온 김연아가 228.56점으로 세계 기록을 다시 작성한 것, 김연아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사다는 개인 신기록을 쓰고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아사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했는데 아쉽다”라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1990년생으로 올해 33세인 아사다 마오는 4~5살 무렵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아사다는 이와 관련해 “사실 어렸을 적 나의 꿈은 체조선수였다”라며 “실제로 체조 선수 코스를 밟고 있었는데 엄마가 ‘안돼. 체조는 힘드니 피겨 스케이팅해’라고 해 체조선수의 꿈을 포기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아사다는 김연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와 함께 10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여자 싱글 피겨 스케이팅을 이끌어왔다. 특히 아사다는 10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재능으로 통했다. 2004-2005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위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아사다는 2005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손에 거머쥐었다. 당시 대회에서도 김연아는 은메달에 머물렀다. 아사다는 “15살 무렵 나는 정말 즐거웠다. 무서울 것도 없었다”라고 이때를 돌아봤다.
2007-2008시즌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 2위를 다퉜던 김연아와 아사다의 관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완전히 역전됐다. 이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아사다의 성적은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점프부터 넘어지는 등 실수를 저질렀고, 55.51점이라는 낮은 점수와 함께 최종 6위에 그쳤다. 한편 김연아는 판정 논란 속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의 뒤를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김연아가 떠난 뒤인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는 다시 정상에 올랐지만 결국 2017년 4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항상 1등을 바랐다는 아사다는 “은퇴를 하고 나서야 ‘스케이트가 좋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