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스포츠]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29일 오전 3시에 개회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열전을 펼친다.
한국 여자 양궁이 비장애인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10연패를 달성한 것처럼 한국 보치아도 이번 대회에서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짜’ 강선희(47)와 ‘베테랑’ 정호원(38)이 한국 보치아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이다. 강선희는 ‘보치아의 전훈영’으로 불린다. 30세에 올림픽 무대에 처음 나선 여자 양궁 대표 전훈영처럼 강선희 역시 이번이 패럴림픽 첫 출전이다.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아레나 파리 쉬드에서 27일 만난 강선희는 “처음에는 10연패 도전이 내 차례가 된 것에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10연패를 이룬다면 큰 영광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양궁이 치열한 선발전을 통해 10연패를 이룬 것처럼, 우리도 치열한 선발전을 통과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강선희 선수는 2000년 12월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던 중 2016년 체육 현장 실습에서 보치아를 처음 접한 후 2017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2022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지난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호원과 함께 BC3 혼성 페어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정호원은 이번 대회가 5번째 패럴림픽 출전이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낸 한국 보치아의 간판 선수다. 정호원은 “이제까지는 어린 선수들과 짝을 이루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강선희 선수와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생후 100일 무렵 침대에서 떨어진 후유증으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됐다. 그는 “보치아는 원래 뇌성마비 선수만 참가할 수 있었다. 이제는 비뇌성마비 선수가 더 많아져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동갑내기 김승겸 경기 파트너(코치)가 큰 힘이 되어 슬럼프를 극복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보치아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대표팀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공식 훈련을 가졌다. 보치아는 1998 서울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기록한 종목으로 이번 대회도 기대를 모은다. 또한 대표팀은 14일 사전훈련캠프에 합류하여 현지 적응훈련을 이어왔다. 보치아는 올림픽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한 양궁처럼 패럴림픽의 효자 종목이다. 임광택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양궁의 10연패를 TV로 보면서 '우리도 해내자'고 다짐했다”며 “이 목표가 있어 더욱 열심히 훈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대회에서 남녀 개인, 페어, 단체 등 8개 종목에 출전한다. 목표는 최소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이다. 임 감독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먼저 획득하면 그 기운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정호원과 강선희가 나서는 BC3등급 페어 종목에서의 성과가 특히 기대된다.
47세의 나이에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강선수는 "경기장에 와서 시설과 선수들을 보니 파리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더 열심히 훈련하며 체력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회 연속 금메달 도전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뤄낸다면 큰 영광이 될 것이다. 훈련을 통해 불가능하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또 파리로 오는 동안 볼을 굴리는 홈통에 문제가 있었지만 강선희는 “감독님이 스페어 홈통을 준비해 위기를 넘겼다.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때는 이런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대회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험이 있어 미리 준비하셨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호원은 통산 다섯 번째 패럴림픽에 출전하며 현재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출전하는 두 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모두 따내고 한국의 10연속 금메달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정호원은 강선희와의 호흡에 대해 “최근 3년간 함께 하며 기량이 절정에 달했다. 우리 둘의 ‘케미’가 잘 맞아 이번 대회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광택 감독은 “정호원의 기량이 그 어느 때보다도 뛰어난 상태”라고 평가하며 정호원은 “지난해까지 보치아를 그만두려 고민했지만 김승겸 코치의 도움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다. 그만두지 않고 기량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보치아는 참가국들의 실력 상향평준화로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 종목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기용 기구 개발, 스포츠 과학 지원 등을 강화해왔다. 임 감독은 “일체형 홈통을 개발해 투구의 조준력과 정확성을 향상시키려 했다. 장비가 습기에 변형되기 쉬워 볼 건조기와 홈통 건조기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개인전이 남녀부로 나뉘어 열리고 후보 선수가 사라지는 등 참가 시스템도 변화했다. 대표팀은 3회에 걸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선발됐다. 임 감독은 “패럴림픽 출전 선수들은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