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내야수 김혜성(25)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위한 포스팅(비공식 경쟁입찰)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설렘과 긴장이 섞인 표정으로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전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27일 김혜성의 얼굴을 메인 화면에 게재하며 “한국의 2루수 김혜성이 곧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추수감사절(28일) 연휴가 끝난 뒤 다음 주 안으로 포스팅 신청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BS 스포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MLB 트레이드루머스 등 여러 미국 매체들도 김혜성의 소식을 전하며 “그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수비 능력을 갖춘 2루수로, 매년 삼진율을 낮추며 올해는 10.9%까지 끌어내렸다”고 소개했다.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애틀 매리너스가 김혜성에게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혜성은 지난해 말 키움 구단의 동의를 얻어 MLB 진출 준비를 시작했으며, 지난 6월에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파트너인 CAA스포츠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시즌 내내 여러 MLB 구단의 스카우트가 김혜성을 관찰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고, MLB 사무국은 지난달 31일 KBO에 김혜성의 신분 조회를 요청했다. 미국 언론은 시애틀,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 에인절스 등을 김혜성의 행선지 후보로 언급했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해서 모두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아직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시즌이 끝나기까지 실감을 못 했는데, 포스팅 시기가 다가오니 긴장이 된다. 곧 엄청나게 중요한 30일을 맞이하게 된다”고 말했다. 포스팅 신청 후 MLB 사무국이 이를 공시하면 김혜성은 빅리그 30개 구단과 한 달 동안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할 수 있다. 그는 “포스팅 신청 후에는 미국에 건너가 운동도 하고 몸도 만들면서 차분하게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혜성은 2017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넥센(현 키움)에 입단했으며, 그해 넥센의 1차 지명은 이정후, 2차 1라운드 지명은 김혜성이었다. 2021년부터 KBO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자리 잡은 김혜성은 팀 선배인 빅리거 김하성과 동기생 이정후를 보며 더 큰 꿈을 키워왔다.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32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이정후는 올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성공적인 시대를 열었다.
김혜성은 “최근 김하성 선배와 이정후를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 아직 내가 미국 구단과 계약을 한 건 아니지만, MLB 진출에 필요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하성은 “평소 도시락을 챙겨 다녀라”라는 조언을 했으며, “미국 음식을 매일 먹으면 입맛에 맞지 않아 고생할 수 있다.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면 해결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소속 팀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에 대해 조언해주었다. 김혜성은 “정후가 ‘계약할 때 그 구단의 유망주 명단을 잘 살펴보는 게 좋다’고 하더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혜성은 현재 개인 훈련을 하면서 주 2회 영어 레슨도 받고 있다. 그는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하는데, 아직 영어 회화가 많이 늘지는 않았다.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겨우 할 수 있는 정도”라며 “그래도 나는 오타니 같은 선수가 아니라서 영어를 잘해야 한다. 영어로 내 야구 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내용도 준비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아직 MLB 윈터 미팅(다음 달 10일 시작) 전이라 최근 거론된 행선지 후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들었다. 최대한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