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스포츠] 한국 양궁 레전드 기보배(36)가 현역에서 물러났다.
기보배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기보배는 국민들과 스승, 선·후배,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양궁의 생활체육화’에 앞장서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은 기보배는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놓으며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가족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털어놨다. 기보배는 "2018년 임신 2개월일 때 종별선수권에서 비를 맞고 경기를 하면서 우승했다. 양궁 선수를 엄마로 둔 딸이 한창 응석을 부릴 나이에 엄마의 곁을 떠나서 지내야만 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기보배는 1997년 안양서초등학교 4학년 때 활을 처음 잡고, 2004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기보배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무대에서 활약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단체전)을 시작으로 2011 유니버시아드에선 3관왕에 올랐다.
기보배는 자타공인 한국 양궁의 전설이다.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 3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9개를 수확했다. 국내 대회에서는 금메달 57개, 은메달 41개, 동메달 33개를 차지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고,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단체 금메달, 개인 동메달을 따냈다. 그 공을 인정받아 2017년 대한민국체육훈장 청룡장을 받기도 했다. 기보배는 지난해에도 태극 마크를 달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자랑했다.
기보배는 "2023년 태극마크를 힘들게 달았는데 올림픽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런던, 리우 때의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후배들이 잘 해내거라 믿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것도 힘든 일이고, 그걸 이뤘기 때문에 만족하고 활을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보배는 "다시 태어난다면 양궁을 하고 싶지 않다. 두 번의 올림픽에 나갔지만, 양궁선수로 올림픽에 가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들다. 우리 나라 선수들이 너무 잘 해서 살아남는게 힘들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양궁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