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육상 간판’ 전민재, 패럴림픽서 연맹 ‘권력남용’ 폭로…“임원 한 명 반대로 생활보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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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육상 간판’ 전민재, 패럴림픽서 연맹 ‘권력남용’ 폭로…“임원 한 명 반대로 생활보조 없었다”
  • 김예슬 기자
  • 승인 2024.09.0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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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재, 패럴림픽 7위로 마친 뒤 “엄마도 경기장 못 들어와”...‘육상연맹’ 작심 폭로

[FT스포츠] 장애인 육상의 살아있는 전설 전민재(전북장애인육상연맹)가 육상연맹 임원의 반대로 생활 보조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2024년 9월 5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는 2024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이 펼쳐졌다. 14초95에 결승선을 통과한 전민재는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큰 대회를 마칠 때마다 미리 준비한 글로 소감을 대신하는 전민재는 결선이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편지가 빼곡히 적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엄지발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여기에는 지난 4월 별세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2026 나고야·아이치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까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이란 계획, 파리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 메시지 등과 더불어 이전의 소감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도 포함됐다.

전민재는 “올해는 생활보조가 들어올 수 없어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많다”라고 털어놨다. 생활 보조는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 선수들의 생활을 옆에서 도와주는 장치로, 전민재의 경우 어머니가 생활보조 역할을 맡아 왔다.

전민재는 “몇 년 동안 엄마가 생활 보조로 들어와 내 옆에서 손발이 돼 챙겨준 덕분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는데, 연맹의 반대로 이제 엄마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아서 운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1977년생으로 올해 나이 만 47세인 전민재는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 병변 장애를 얻었다. 26살부터 육상을 시작한 전민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15년 연속 3관왕을 달성하며 뛰어난 성과를 거뒀지만 단어를 발음하거나 글씨를 쓰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민재는 “운동선수는 식단이 제일 중요한데 트레이너가 잘 챙겨주기는 했지만, 식사 시간이 제일 불편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전민재는 “난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해서 생활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해 올해 생활 보조를 받을 수 없었다”라며 “내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민재는 또 올해 4월에 있었던 익산선수권대회 역시 생활보조가 없어 불참한 것이라 밝혔다. 전민재는 “연맹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부당하게 ‘전민재 선수는 생활보조가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라며 “내 의사는 1%도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오로지 극구 반대한 임원의 권한만으로 어머니가 생활보조로 들어올 수 없었다고 재차 강조한 전민재는 “연맹 측에서 사적으로 권력 남용을 해도 되는지 의문스럽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민재의 작심 발언과 관련해 장성준 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가 많다 보니 예산적 부분이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장성준 감독은 “우리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돌봤지만, 어떤 도움도 가족만큼 편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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