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올림픽 메달리스트 ‘하키 국대’ 박순자, 네 사람 살리고 하늘의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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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올림픽 메달리스트 ‘하키 국대’ 박순자, 네 사람 살리고 하늘의 별로
  • 김예슬 기자
  • 승인 2024.12.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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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요”...박순자 씨, 4명에게 새 생명 선물하고 하늘로

[FT스포츠] 1986년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1988 서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여자 하키 국가대표 출신 박순자 씨가 네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영면에 들었다.

2024년 12월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순자 씨가 지난달 30일 경희대학교 병원에서 심장과 폐장(다장기 동시 이식),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했다”라고 밝혔다. 9월부터 두통으로 치료를 받던 박순자 씨는 11월 21일 저녁 집 근처 수영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생전 “기증하고 싶다”라고 했던 박순자 씨의 뜻을 지켜주고자 뇌사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실제로 박 씨는 “기증이 적어 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TV 방송을 본 뒤, “내가 죽게 된다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하고 싶다”라고 자주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자 씨의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을 본 가족들은 생명나눔을 실천하고자 했던 박 씨의 뜻을 따르고자 기증을 결심했다.

올해 58세였던 박순자 씨는 경기도 평택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중학교 시절부터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고등학교 때 여자 하키로 전향한 박순자 씨는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확했다. 최근까지도 매주 등산과 수영, 마라톤, 사이클 등을 즐기던 박 씨는 올해 한강 철인3종경기와 서울평화마라톤 10km를 완주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박순자 씨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보이면 먼저 다가가 어려움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여자 하키 국가대표 은퇴 후 생활가전 유지보수 팀장으로 근무하던 박순자 씨는 퇴직을 준비하면서 건강한 신체로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꿈꿨다. 박 씨는 또 매달 불우이웃 후원과 봉사, 나눔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박순자 씨의 아들 김태호 씨는 “엄마, 나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요”라며 어머니를 향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태호 씨는 “아들 취업했다고 같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함께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한 것이 너무 아쉽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김태호 씨는 “엄마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줬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하다. 엄마 많이 사랑하고 고맙다”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우리나라를 널리 알린 여자하키 국가대표이자 삶의 끝에 4명의 생명을 살린 영웅 기증자 박순자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증자의 따뜻한 마음이 연말 사회 곳곳에 따뜻한 온기로 퍼져나가길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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